
.
엄마가 집에 있을때 작은 수첩에 적은 것인데
오랫만에 엄마방 청소하다
낡고오래된 지갑속에서 발견된 수첩이다
언제 기록한건지 정확히 알수 없으나
필체에 힘이 느껴지는것 보니 7.8년은 더 된 글 인듯 싶다
십수년간 전부터는 내가 3층에서 업고 내려가지 않으면
외출이 힘들어 아침에 눈뜨고 자고 매일 반복되는
고립된 일상을 살아가면서 답답한 당시의 처지를
생각하며 생각을 적어 놓은것 같은데
그럼에도 주님을 의지 하며 좌절하지 않고
잘 살아보려고 노력 하겠다는 말인것 같다
수첩 첫 소절부터 눈물을 머금게 한다
"매일 처럼 반복되는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큰 행복이다 "
거동이 불편해 마음대로 외출을 못해 답답하긴 하지만,
현재 엄마자신의 입장으로서는 먹고 입고
자는 것 걱정없이 아들하고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으로 여기며 살겠다는
의미가 많이 함축된 문장이기도 하다
"어제 했던 일도 오늘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약해지니 못할것 같아도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할수 있을것이다 "라는 믿음을 보여준다
"주님이 네 겯(곁)에 계시니까" (네는 내)
"그리고 만일... 만에 하나라도"
어제 했던 일을 반복해서 오늘도 하려고 하겠지만
못하게 되더라도 실망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다짐을 한다
"저희(의) 심령을 사펴(살펴)주시옵소서
주 예수여 은혜를 네(내)리사
날 중망게 (충만케) 하읍(옵)소서
블러그 어딘가에 언급한 글이 있지만
엄마는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서 한국나와 학교라곤
다녀본적 없이 오로지 교회다니면서 성경책 보고
깨우친 한글여서,
내 어릴때 들었던 상황과 매우 다른 엄마의
이상한 표현들은 자식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듯 하나 글은, 여전히 성경말씀 처럼
써 내려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대단한것은...
내 엄마라서가 아니라 대단하다고 할수 밖에 없는 것은,
나도 미국에서 살았고 그곳에서 학교도 다녀 봤지만,
배운적 없는 한글을 엄마가 과거사 형용사 조사까지 완벽히
쓰는 만큼 나보고 영어로 영작해서 글로 표현하라면
솔직히,어림도 없는 일이다

요양원에서 엄마가 나이가 제일 많다


국가 보훈처에서 요양원으로 메일을 보냈다
새해 들어 유공자 배우자 혜택이 달라진게 있으니
서류를 접수 하라고 해서
주민센터로 다니며 엄마와 관계되는
서류를 발급받아 서초동에 있는 보훈처에 접수 시켰다

늘 병실에 틀니를 놓고 면회실로 오시기에
아몬드가루가 들어간 요거트와
씹기 쉬운 애플 망고등을 자주 사갖고 가는 편이다

드시다가도 가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
갑자기 하던 행동 멈추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엄마의 표정
무슨 말을 하고픈 걸까
나는...안다 엄마가 왜
가끔은 저런 표정으로 지긋이 나를 바라보는지



26.04
엄마 모습이 사랑스럽게 담긴 사진이다
80중반 쯤 일때 누가 영정사진 찍어놓으면 장수 한다고 해서
만들어 놓은게 있었고 엄마도 그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영정사진으로 하자고 하나
십년도 더 지나서 현재와 차이가 나니 이 사진으로
영정사진 다시 만들어 볼 생각이다

가족이 함께 붙어 살다 보면 모든 가정사가
다 비슷하듯이 나도 미국에서 나와 엄마와 살게 되면서
좋은 날, 보람있는 날과 함께 초창기 의견이 달라
다툼의 여지가있는 여러 문제들이 종종 발생되곤 했었다
내가 사회에서 힘들게 겪으며 축척된 경험들의
정답들을 알려줘도 집에만 있는 엄마는 잘 이해 하지 못했고
그런 엄마를 답답하게 생각하며 무리하게 설득하려고 했던
내 일방적 태도나 말투에서 엄마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낼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 나도 처음듣는 비속어가 엄마입에서 터져 나왔지만
(솔직히 어떤 험한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
만만한 자식한테 어미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곧 다음날 잊어버리고
며칠 잘 지내고 있다라 생각했는데
엄마는 계속 마음이 아팠던 모양이다
어느날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니 식탁에
작은 메모지가 있었다
그걸 들고 내방으로 올라와 읽는데
왈칵 눈물이 나왔다
화가 나서 자식한테 했던 내 뱉은 말을
후회하며 글로써 사과하는 부모가 대체 얼마나 될까
내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엄마가 고민고민 하며 눈물로 썼을 애틋한 사과의 글이기에
그냥 없애고 싶지 않아 그걸 비닐로 코팅하듯 해서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다가 오늘 그 메모를
엄마 수첩글이 올려진 날 함께 이 블러그에 올린다
언제적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십수년 더 된듯 하다

지쳐서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 괴롭고
당장 숨이 너머(넘어) 갈것 같아서
앞뒤 아무 생각없이 그런 말이 나왔다
이 나이 되도록 처음 했는(던) 말이다
말리랑 다시 집어넣스 없는대 (말이란 다시 집어 넣을수 없는데 )
어째서 그런 말을 했슬까 생각해 밨다 ( 어째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 봤다)
미얀하다 네가 미쳐나보다 (미안하다 내가 미쳤나 보다)
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지 마는 (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은 )
네 마음을 전한다 (내 마음을 전한다)